정치경제

제목 복지부-보건의료노조 노정교섭 극적 타결...쟁점사항 합의
등록일 2021-09-02
2일 예고된 파업 5시간 전 극적 타결...정부 측 한 발짝 물러서 강행시 노조도 정부도 비난 면하지 못해...5가지 쟁점 합의 도출 감염병 전담병원 신설·인력 기준 강화, 처우개선 등 약속
조세일보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왼쪽)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2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과 보건복지부의 13차 노정실무교섭이 타결된 뒤 서명한 합의문을 교환하며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보건복지부와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 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2일 새벽 극적인 합의를 도출했다. 양측은 지난 5월부터 총 13차례에 걸친 노정실무교섭회의 끝에 파업 직전 가까스로 합의를 이뤄 총파업은 피하게 됐다. 가장 큰 동력은 코로나19 대확산에 대한 공감대였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꺾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보건의료 파업이 강행될 경우 정부 책임론과 함께 보건의료노조에 대한 여론도 나빠질 것을 우려해 양측이 최악의 상황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요구한 22개 과제 중 17개 과제는 양측이 이전 노정교섭 과정에서 의견일치를 봤지만 정부의 재정 투입이 필요한 5개 쟁점 과제는 협상 막바지까지 이견을 보이면서 결국 총파업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정부 측에서 한발짝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마침내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

이에 따라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오전 7시로 예정된 총파업을 철회했다.

◆ 코로나19 대유행에 극적 타결...파업 강행시 정부도 노조도 비판 대상

보건의료노조(노조)는 지난해 1월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으로 방역활동 및 치료현장에 투입된 의료인력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했고, 지속 가능한 의료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라도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노조와 복지부는 지난 5월 31일부터 총 12차례의 노정교섭을 진행해왔지만 지난달 30일 오후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장장 14시간 진행된 마라톤교섭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노조는 2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누그러지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의료계 총파업이 강행될 경우 확산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정부와 노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해 8월 의사단체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반대 이유로 집단휴진을 강행하고 전공의들도 파업에 참여하는 등 환자 진료에 차질이 발생하자 국민들의 비판이 거셌다. 다행이 정부가 한발 물러서면서 문제가 해결됐지만 의사단체도 크게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현재 코로나19 대유행을 감안하면 보건의료노조가 파업을 강행할 경우 그 파급 영향이 더욱 심각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때문에 노조도 쉽게 파업을 강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노조는 2일 보건의료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번 파업을 주도하는 보건의료노조는 전국 136개 의료기관에 약 7만명의 조합원을 두고 있어 파업을 강행할 경우 지역 내 다른 진료기관에 의료 부담이 증가되는 등 의료대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도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을 막지 못하면 여론 악화는 물론 환자 진료에 막대한 차질이 발생, 문재인 대통령이 대국민 약속한 ‘집단면역’ 가능성이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결국 막판 김부겸 국무총리가 나서 사태를 정리했다.

전날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열린 '제13차 노정실무교섭회의'에 김 총리가 방문해 보건의료노조의 요구를 적극 수용할 것을 밝히며 사태는 진정됐다.

◆ 5가지 쟁점 합의 도출...코로나19 병원 인력기준 마련·공공병원 확충

양측이 막판까지 협의를 이어간 쟁점 과제는 ▲코로나19 치료병원 인력 기준 마련 및 생명안전수당 제도화 ▲전국 70개 중진료권 공공병원 확충 ▲간호사 대비 환자 비율 법제화 ▲교육전담간호사 지원제도 확대 ▲야간 간호료 및 야간전담 간호사 간호료 지원 확대 등이다.

보건의료노조와 정부는 이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합의문을 도출해 발표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복지부는 코로나19 중증도별 근무 간호사 배치 기준을 이달까지 마련하고 세부 실행방안도 내달까지 별도로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코로나19 등 감염병 상황에서 환자를 돌보는 보건의료인력에게 지급하는 지원금인 '생명안전수당'(감염관리수당)을 내년부터 국고로 지원토록 제도화할 계획이다.

공공병원 확충을 위해서는 오는 2025년까지 70여개 중진료권 마다 1개 이상의 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해 운영하기로 했다.

다만 70개 중진료권 가운데 공공의료기관이 부족한 20개 지역에 대해선 지역주민의 강한 요청이 있는 울산·광주·인천·대구·동부산·제천 등의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재정당국 논의를 거쳐 공공병원 설립을 추진한다.

양측은 예측 가능한 근무환경 조성이 간호사 처우개선과 이직률을 줄이는 중요한 방안이라는 것에 인식을 같이 하면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제도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올해까지 예측 가능하고 규칙적인 교대근무제를 포함한 시범사업 방안을 마련, 내년 3월까지 시행하기로 했다.

우선 간호 인력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현재 간호등급 차등제를 '간호사 1인당 실제 환자 수 기준'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개편 방안은 내년에 마련해 2023년 시행하되 구체적 시행 시기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

또한 교육전담간호사 제도에서는 국공립 의료기관의 경우 올해 수준으로 지원하고, 민간 의료기관의 경우 교대제 근무 시범사업에 포함해 내년 시행한 뒤 이후 전면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야간 간호료 및 야간전담 간호사 관리료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내년부터 모든 의료기관에 대해 적용하기로 했다.

노조와 복지부는 상기 합의사항이 정책과정과 의료현장에서 충실히 이행되도록 이행 사항을 점검하고 국무총리실은 부처 간 역할 조정 등을 지원하게 된다.

권덕철 장관은 "그 동안 국민들께 걱정을 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보건복지부와 보건의료노조 모두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환자의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는 공통의 목표와 인식이 있었기에 대화와 소통을 통한 합의안 마련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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