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규판례

제목 구매량에 따라 받는 무료샘플, 별도로 관세 부과 못 해
등록일 2023-04-03
물품을 유상으로 수입하면서 연간 구매수량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물품을 '무료샘플' 명목으로 공급받는 경우, '무료샘플' 명목으로 공급된 물품은 별도로 관세를 부과할 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최근 한국 회사가 일본 법인으로부터 의약품원료를 수입하면서 연간 구매수량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물품을 그 다음 해 3월까지 '무료샘플' 명목으로 공급받은 사안에서, 위 무료샘플에 대한 대가는 전년도 유상구매물량의 대가 중 일정비율 상당으로 선급되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에 대해 별도로 가격을 매겨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구체적으로 "연간 구매수량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물품이 반드시 추가로 공급된다는 것이 예정되어 있었고, 갑 회사가 특약에 따라 추가로 물품을 공급받으면 '연간 총지급액'은 변하지 않으나 '연간 총구매수량'이 증가하므로 실질적으로 단위당 거래가격이 인하되는 효과가 발생하는 점, 특약이 포함된 원료 독점 수입 계약은 연간 구매계약으로서 잠정적인 기본가격을 설정하고 연간 구매수량에 따라 추가 공급수량이 확정되면 연간 총지급액과 연간 총구매수량에 따라 1년 단위로 최종적인 거래가격이 결정되는 구조의 계약이라고 볼 수 있는 점, 특약에 따라 공급받은 물품이 '무료샘플'이라는 명목으로 공급되었고 갑 회사가 이를 수입할 당시 대가를 별도로 지급하지 않았더라도 아무런 대가 없이 공급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는 점을 종합하면, 특약에 따라 공급받은 물품은 관세법 시행령 제17조 제1호에서 정한 '무상으로 수입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하였다.

관세법은 '무상으로 수입하는 물품'은 동종·동질물품의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그 과세가격을 정하고, 그 과세가격을 바탕으로 관세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지급된 대가가 없더라도, 물건이 수입된 이상 그에 대한 관세는 납부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무상으로 수입하는 물품'과 '유상으로 수입하는 물품'이 함께 수입되는 경우에는 문제가 발생한다.

수출자가 구매자에게 어떠한 물품을 판매하면서, 무상으로 테스트용 물품 등을 함께 공급하는 경우, 무상으로 공급하는 물품을 '수량할인' 성격으로 보아 '총 지급액'을 '유상으로 수입한 물품 수량과 무상으로 수입한 물품 수량의 합계', 즉 '총 거래수량'으로 나눈 금액을 과세가격으로 보아 관세를 부과할 것인지, 아니면 이 경우에도 실제거래가격은 유상으로 수입한 물품에만 적용되고, 무상으로 수입한 물품은 별도로 과세가격을 정하여 관세를 부과하여야 하는지가 문제되는 것이다.

이에 관한 법 규정은 없으나, 기존 관세청의 입장은 '하나의 거래'로 취급될 수 있는 경우라면 무상공급물품을 일종의 수량할인으로 볼 수 있으나, 공급 시점의 차이가 있다면 무상공급물품에 대하여도 별도로 관세를 매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사건의 경우, 약정의 핵심 내용은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1년간 유상으로 구매하는 물품수량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물품을, 그 이듬해 3월 안에 무료샘플로 제공하는 것이었다. 즉, 무상공급물품과 유상공급물품의 공급 시점이 달라, 기존 관세청의 입장에 따를 때는 '무료샘플'에 대하여도 별도로 관세가 부과되어야 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달리 판단했다.

대법원은 약정상 연간 구매수량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물품이 반드시 추가로 공급될 것이 예정되어 있었던 점, 당사자 간의 계약은 연간 구매계약으로서 잠정적인 기본가격을 설정하고 연간 구매수량에 따라 추가 공급수량이 확정되면 연간 총 지급금액과 총 구매수량에 따라 1년 단위로 최종적인 거래가격이 결정되는 구조의 계약인 점, 추가로 공급받는 물품의 수량이 연간 구매수량의 10% 이상으로 적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무료샘플에 대한 대가는 전년도에 지급한 구매대가에 포함되어 있다고 본 것이다.

전년도 구매수량에 따라 확정적으로 무료로 일정한 비율의 제품을 받는 거래의 실질은 사실상 구매수량에 따른 할인이라는 점에서, 대법원의 판단은 타당해 보인다. 다만, 연간구매수량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다음 해에 어느 정도 규모의 무료샘플이 제공될지 알 수도 없는 수입자의 입장에서, 무료샘플의 수량을 어떻게 예측해야 할지는 의문이다. 대법원 2022. 11. 17. 선고 2018두4771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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