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

제목 '부동산 더블딥' 공포 커진다…지방살림도 비상
등록일 2023-04-12
한국지방세연구원, '부동산시장 동향' 보고서 규제완화로 2월 주택거래 전달比 60% 늘었지만 높은 가계대출, SVB發 금융불안까지 겹치자 "국내 부동산시장 더블딥 가능성 커져" 진단 "5월까지 거래량 본 뒤, 세수 목표조정 필요"올해 지방자치단체 살림살이에 비상이 걸렸다. 대내적으로는 높은 가계대출로 인한 '가계부실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대외적으로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발(發) 금융 불안이 실물경기 침체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부정요인으로 향후 국내 부동산 시장이 '더블딥(회복후 다시 침체)'으로 갈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고 있다. 부동산 거래량이 줄어든다면, 지자체의 세수입이 자연스레 감소하며 지방정부의 재정 운용도 삐걱댈 수밖에 없다. 
조세일보
◆…한국지방세연구원은 12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 부동산시장의 반등은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완화 등에 따른 것으로, 부동산시장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시장은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사진은 서울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에 붙은 매물.(사진 연합뉴스)
한국지방세연구원이 12일 내놓은 '부동산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월 주택 매매거래량(신고일 기준)은 4만1191건으로, 전달(2만5761건)과 비교해 59.9% 늘었다. 수도권만 떼어내서 보면 전달보다 67.4% 늘어난 1만7240건이었다. 주택 유형별로는 아파트(3만1337건)가 75.6%, 아파트 외(9854건)는 24.4% 증가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임상빈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아파트 가격 및 거래량을 분석해보면, 수도권의 과잉 거품이 점차 해소되면서 부동산시장은 정상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규제완화로 2월 거래량이 전월 대비 76% 증가했는데, 2022년 상반기 수준까지 거래량이 늘었다"고 했다.

실제 정부는 올해 들어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규제 완화 등 다양한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①서울 투기지역을 대폭 해제(주택금융, 세제, 전매제한 기간 등 완화)하거나 ②LTV(주택담보대출 시 인정되는 자산가치 비율)·DTI(연소득 대비 금융비용 부담률) 규제를 완화해주며 ③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등 세제를 손질하는 부분을 들 수 있다. 이 대책의 영향인지, 2월 전국 주택매매소비자심리지수는 102.1로 전달보다 10.6포인트 올랐고, 3월 주택가격전망지수(80)도 전달대비 9포인트 상승했다. 투자환경 개선에 따라 시장의 기대가 높아졌단 의미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는 불안요인도 공존하고 있다. 국내로 보면 가계대출이 꼽힌다. 2022년 4분기 자영업자 대출은 1000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고, 올해 들어 개인회생 신청도 매달 1만건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가계부실 폭탄이 터질 수 있단 우려가 커진다. 여기에 SVB 폐쇄 여파가 유럽의 크레디트스위스(Credit Suisse)에까지 확산되면서 세계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안도 커진 모양새다. 임 연구위원은 "국내 부정요인 및 미 금융 시스템 불안 등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부정요인으로 인해 향후 더블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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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의 긍정요인과 부정요인.(자료 한국지방세연구원)
실물경기를 살리지 않는 한 경기침체로 세수가 줄어드는 것은 뻔하다. 국세 수입을 보더라도 '세수 결손'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올해 2월까지 걷힌 국세 수입은 54조2000억원으로, 2022년 2월과 비교해 15조7000억원이나 줄었다. 부동산 거래 침체로 이 기간 양도소득세는 4조1000억원이 감소했다. 

지자체의 곳간도 불안감이 커진다. 임 연구위원은 "미국 SVB 사태로 금융 불안이 유럽까지 확산되는 듯했으나, 현재의 금융위기가 원만히 수급되어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일부에서는 SVB 사태를 미국 금융의 구조적 한계를 보이는 전조로 보며, 하반기 금융시장 불안과 실물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는 부정적 평가를 내고 있다"고 했다. 특히 유가 급등기에 부동산 시장은 약세를 보인 점을 고려하면, 다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이상으로 올라갔을 때 물가 억제를 위한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은 새로운 침체에 빠질 수 있단 분석도 있다.

임 연구위원은 "부동산거래 회복이 더딘 상황으로 거래세 세입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시장상황에 따라 5월 이후에 세입 목표 달성에 대한 가능성을 고려해 적극적인 재정지출 조정도 검토해야 할 수 있으며, 재원조달 방안에 대한 모색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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