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규판례

제목 시행령에서 정한 감면서류 제출 못 해도 감면돼
등록일 2023-05-01
납세의무자가 법률에서 정한 조세의 감면요건을 갖춘 경우라면, 그가 하위규범인 시행령에서 별도로 정하는 감면서류의 제출을 누락하더라도, 과세관청이 감면을 거부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최근 "면제신청절차에 관한 규정…은 납세의무자로 하여금 면제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관할세무서장에게 제출하도록 협력의무를 부과한 것이므로, 조세의 면제신청을 하면서 위 면제신청절차에 관한 규정상의 서류를 일부 제출하지 않았다고 하여 과세관청이 해당 면제신청을 거부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조세법령의 감면규정 중에는 납세의무자에게 감면신청서 등 서류의 제출의무를 지우는 경우가 꽤 있다. 이러한 경우 납세의무자가 감면신청서 등 서류의 제출의무를 해태하면 조세감면을 받을 수 없는 것일까? 이 문제는 실무상 오래 전부터 다투어져 왔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감면규정은 조세의 면제 대상을 '농어업경영체법에 따른 영농조합법인'으로만 규정하였다. 다만, 해당 규정은 '감면규정을 적용받으려는 자는 시행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신청을 하여야 한다'고 정하였고, 그 위임을 받은 시행령은 '조세를 면제받으려는 영농조합법인은 농업경영체 등록확인서를 납세지 관할세무서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정하였다.

그렇다면 농업경영체 등록확인서의 제출을 누락하면 조세를 면제받을 수 없는 것일까? 대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보았다.

과거 세법상 감면규정들은 감면신청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2가지 방식을 사용하였다. 하나는 "감면신청을 하는 경우에 한하여 이를 적용한다."는 방식이고(① 방식), 다른 하나는 "감면을 받고자 하는 자는 감면신청을 하여야 한다."는 방식이었다(② 방식).

대법원은 ① 방식의 경우, 즉 법문이 "감면신청을 하는 경우에 한하여 이를 적용한다."는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는 이를 효력규정으로 보아 감면신청을 필요적 감면요건으로 보았다.

이와 달리 ② 방식의 경우, 즉 법문이 "감면을 받고자 하는 자는 감면신청을 하여야 한다."는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를 임의적 규정 또는 단순히 감면절차에 관한 규정으로 보아 감면신청이 없더라도 감면요건만 충족하면 당연히 감면대상이 된다고 해석하였다.

후자의 경우 법령에서 정한 감면신청은 납세의무자에게 감면에 필요한 서류를 정부에 제출하도록 협력의무를 부과한 것에 불과하여 그 감면요건이 충족되면 당연히 감면되는 것이지 신청이 있어야만 감면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다만 세법상 감면규정 중 법문이 ①의 방식을 취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효력규정으로 보아 김면신청을 감면요건으로 본 경우들도 있다.

감면규정이 감면신청의 상대방을 과세관청이 아닌 재경경제부장관으로 규정하면서, 재정경제부장관에게 감면요건의 구비 여부에 대한 심사권 및 감면결정 통지의무를 규정하고 있었고, 감면신청기한이 경과한 후 감면신청을 하여 재정경제부장관의 감면결정을 받은 경우에는 그 감면신청일이 속하는 과세연도와 그 후의 잔존 감면기간에 한하여 감면규정을 적용하도록 규정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 경우에는 납세의무자의 감면신청을 단순한 협력의무로 보기는 어려웠다.

다음으로, 원칙적으로 수입신고수리 전에 세액 심사가 이루어져야 하는 관세의 특성과 외국인투자기업이 관세 등을 면제받은 때에는 수입신고수리 후부터 사후관리를 받아야 하고 만일 수입물품을 면제받은 용도로 사용하지 않으면 관세 등을 추징당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수입신고수리 전의 감면신청을 필요적 감면요건으로 본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감면신청에 관한 규정을 포함한 관련 규정의 체계와 문언상, 감면신청을 필요적 감면요건으로 해석할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경우이므로, 대법원이 기존 입장을 번복하여 일반적으로 감면신청이 감면요건에 해당한다고 보았다고 하기는 어렵다.

이 사건에서 만약 위 서류 제출 누락을 이유로 조세를 면제받을 수 없다고 보면,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서 감면요건을 별도로 추가한 것이어서 조세법률주의에 위반되는 결과가 된다.

'감면규정을 적용받으려는 자는 시행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신청을 하여야 한다.'와 같은 내용의 법문은 감면의 실체적 요건을 규정한 것이 아니라, 단지 감면절차를 규정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판례의 입장도 같았다.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농업경영체 등록확인서 제출은 단순한 협력의무에 대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대상판결 역시 같은 취지의 판시를 하였는바, 이는 기존 대법원 판결을 재확인한 것으로 조세법률주의에도 부합하는 타당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대법원 2023. 3. 30. 선고 2019두5597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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