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규판례

제목 장외 대량매매, DCF평가액은 '시가가 아닌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 해당
등록일 2023-10-04
조세일보
◆…법무법인 율촌의 김종목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율촌 제공)
특수관계자들 사이에 대량의 상장주식을 장외거래를 통해 매매한 경우에는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에 해당하고, 비록 현금흐름할인법을 사용하여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였더라도 '경제적 합리성'을 갖춘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최근 "이 사건 거래가격을 이 사건 주식의 객관적인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한 시가로 볼 수 없고, 이 사건 주식은 경영권 프리미엄 산정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가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 제2항 제2호에 따라 구 상증세법 제63조 제1항, 제3항을 준용하여 평가한 가액을 이 사건 주식의 시가로 보아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적법하다"고 한 원심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판결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법인세법상 특수관계자 사이의 특정한 거래에 대하여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이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의 적용 여부는 해당 거래에 적용된 가격이 법인세법상 '시가'에 해당하는지,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그런 가격으로 거래를 한 것에 '경제적 합리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만약 '시가'와 '경제적 합리성' 두 가지 모두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이 적용되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 역시 동일한 논리구조를 통해 검토를 하였다.

대법원은 먼저 이 사건 거래에 적용될 수 있는 법인세법상 '시가'가 존재하는지에 대하여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법인세법상 특수관계자에게 대량의 상장주식을 장외거래로 양도한 것이므로 "한국거래소에서 거래한 경우"가 아니여서 그 거래일의 한국거래소 최종시세가액을 시가로 볼 수는 없다고 보았다.

그리고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는 경영권이 이전될 정도의 대량의 상장주식 거래이므로 "제3자간에 일반적으로 거래된 가격이 있는 경우"에도 해당할 수 없다고 보았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이 사건 거래에 적용될 수 있는 '시가'가 불분명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음으로 대법원은 현금흐름할인법을 통해 산정된 이 사건 주식의 가치가 '경제적 합리성'을 갖춘 것에 해당하는지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현금흐름할인법을 통한 평가기준일과 이 사건 주식의 거래 시점이 상당한 차이가 있는 점, 현금흐름할인법을 통해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는 과정에는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현금흐름할인법은 이 사건 주식의 시가를 산정하는 최적의 방법이 될 수 없다고 보았다.

또한 대법원은 핵심사업인 광고업에 대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한 것이므로 이 사건 거래에는 정당한 경영상의 목적이 존재하며, 조세를 부당하게 회피하려는 목적이 전혀 없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가 주장하는 경영상의 목적 등만으로는 경제적 합리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에서 이 사건 거래의 시가가 분명하지 않다고 판단한 부분은 수긍할 수 있다. 그런데 대상판결이 이 사건 거래가격이 어떤 이유로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한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판시하지 않고, 단순히 '이 사건 주식을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특수관계자에게 양도한 것은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한 비정상적인 거래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계열회사 등 특수관계인들이 계열회사 주식을 양도하는 경우 형법, 상법 등 다양한 법률이 적용된다. 따라서 이 경우 당사자들이 단지 세무상 규제를 피하기 위한 목적에서 구 상증세법상 시가를 거래가격으로 정할 수는 없다. 구 상증세법상 시가가 다른 법률상으로도 시가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특수관계인들이 계열회사 주식을 매매하면서 부당하게 이익을 분여하지 않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회계법인등 외부 평가기관에 의뢰하여 주식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가치를 평가하는 방안이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도 당사자들은 이러한 방법을 통해 주식 거래 가격의 적정성을 확인하였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러한 현실적인 상황을 깊이 고려하지 아니하고 단지 특수관계인들 사이의 거래라는 이유만으로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경제적 합리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경제적 합리성은 기본적으로 사실관계에 대한 평가적 판단을 필요로 하는 것이므로 판단자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법원이 앞으로는 이러한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향후에는 구체적인 타당성이 인정되는 판결을 내려 주기를 기대한다. 대법원 2023. 6. 1. 선고 2019두3847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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