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규판례

제목 국세청 감정평가사업은 적법, 그러나 "국세청의 감정가액은 인정할 수 없어"
등록일 2023-10-17
2020년 1월 국세청은 보도자료를 통하여 비거주자용 부동산에 대해 둘 이상의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에 평가를 의뢰하고 해당 감정가액을 이용하여 상속세 및 증여세를 부과하는 일명 '감정평가사업'을 진행할 것임을 알리고 실제 국세청의 비용으로 감정기관에 평가를 의뢰하여 이를 바탕으로 과세를 시작하였다.

국세청은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은 매매사례가액이 많아 실제 시가를 기준으로 상속세와 증여세 과세가 가능하지만, 꼬마빌딩 등의 비주거용 부동산은 물건별로 개별적인 특성이 강해 비교 대상 물건이 없고 거래 또한 빈번하지 않아 매매사례가액 등의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워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른 보충적 평가방법에 의한 공시(고시)가격으로 평가하는데, 부동산의 공시(고시)가격이 실제 시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고려할 때 국세청의 감정가액을 기초로 한 과세는 납세자들의 과세형평성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감정평가사업의 배경과 목적을 설명하였다.

이와 같은 국세청의 감정평가사업은 2019년 개정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시행령 제49조를 근거로 한다.

개정전 시행령에서는 원칙적으로 평가기준일 전·후 6개월(증여세의 경우 전 6개월 후 3개월)이내를 평가기간으로 하고 해당 평가기간 내에 존재하는 감정가액을 시가로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었는데, 개정된 시행령에서는 원칙적인 평가기간에 더하여 "평가기간이 경과한 후부터 상증세의 결정기한까지" 존재하는 감정가액이 평가기준일로부터 가격산정기준일(그리고 평가기준일로부터 감정가액평가서 작성일)까지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시가로 볼 수 있도록 개정한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국세청의 감정평가사업은 납세자의 강력한 저항을 받아 수십건의 심판절차가 진행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법원에서는 1심 판결(인천지방법원2021구합55924,2022.8.11.판결, 수원지방법원2021구합73530,2023.1.18.판결, 서울행정법원2021구합72291,2023.1.20.판결, 서울행정법원2021구합80889,2023.3.10.판결, 서울행정법원2022구합64846,2023.3.31.판결, 서울행정법원2021구합72178,2023.5.12.판결 등)에 이어 최근에는 서울고등법원의 2심 판결이 선고되었다(서울고등법원2023누35380, 2023.06.16.판결).

1심과 2심에서 원고인 납세자측이 주장하는 내용은 매우 유사한데 원고의 주장과 이에 대한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은 다음과 같다.

원고의 첫 번째 주장은 "시행령 제49조 제1항 본문 및 단서가 조세법률주의 내지 위임입법 한계를 벗어나서 무효이므로 이를 적용한 과세처분은 위법하다"는 주장이다.
상증세법 제60조 제1항이 증여세 재산가액을 증여세 평가기준일 현재의 시가로 한다고 한정적으로 규정한 후, 제2항이 제1항의 시가로 인정될 수 있는 가액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한 것인데도, 하위법인 시행령 제49조 제1항 본문 및 단서에서는 평가기준일을 위 법률 규정과 다르게, 증여일(평가기준일) 전 6개월부터 후 3개월(본문) 및 평가기준일 전 2년부터 법정결정기한까지(단서)로 새로이 확장하여 설정하였는바, 이는 조세법률주의 위반 내지 위임입법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무효이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하여 법원은 "시행령 제49조 제1항 본문과 단서는 법 제60조 제2항이 예정하고 있는 시가의 범위를 구체화, 명확화 하는 차원에서 시가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경우를 예시하고 있는 조항"(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0두5098 판결 등 참조)인 것으로 판시하여 원고의 의견을 배척하였다.

또한 원고는 과세관청의 자의적 소급감정은 조세법률주의와 조세형평주의에 위반된다고 주장하였다.

과세관청의 소급감정을 허용하면 시가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 적용토록 하고 있는 보충적평가방법과 관련된 조항이 형해화되며, 개정조항의 단서는 구체적으로 과세관청이 "시간의 경과, 주위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하여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보아 신청하는 때"에 소급감정을 실시하여 증여재산가액을 다시 평가할 수 있게 정하였는데, 이러한 불확정개념 내지 개괄조항에 의하여 과세관청의 임의적 내지 자의적 소급감정을 할 수 있게 한 것은 조세부담에 대한 법적 안정성, 예측가능성, 과세형평성을 해하는 것이어서 조세법률주의에 위반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위 규정을 '시간의 경과, 주위환경의 변화 등에 비추어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과세관청이 소급감정을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즉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 실시한 소급감정인 경우에만 그로 인하여 확인된 매매, 감정 등에서의 가액을 상속 또는 증여재산의 평가기준일 현재 재산가액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한다면, 위와 같은 법적 불안을 제거할 수 있다고 보이므로, 위 시행령 규정이 조세부담에 대한 법적 안정성, 예측가능성, 과세형평성, 내지 조세법률주의에 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마지막으로 원고는 시행령 제49조 제1항 단서에서 정한 해당 평가기준일과 감정가액의 기준일(평가기준일과 감정가액평가서 작성일) 사이의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을 것'이라는 과세요건을 충족하여야 하는데 과세관청에서는 이를 입증하고 있지 못하므로 해당 감정가액은 시가로 인정 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실제 각 사건에서 과세관청의 감정평가액의 평가기준일은 원칙적 평가기간(평가기준일 전·후 6개월, 증여세의 경우 전 6개월 후 3개월)을 도과한 날로 확인되며, 평가기준일과 과세관청의 감정가액 기준일까지의 기간 동안 가격 변동이 있었음이 한국감정원의 부동산 자본수익률 자료, 개별공시지가 상승 사실 및 관련 부동산 소재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사실 등으로 확인되는 바, 법원은 가격변동이 존재함을 인정하였고 이를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대부분의 1심과 2심에서 법원은 원칙적으로 개정된 시행령을 근거로 한 과세관청의 감정평가사업 자체는 그 규정상 문제없는 것으로 판시하였다. 하지만 과세관청이 제시한 감정가액이 평가기준일 현재의 시가를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이유로 납세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후 과세관청은 2023년 7월 상증세 사무처리규정을 개정함으로써 감정평가대상의 선정기준을 공개하여 자의적인 과세라는 비판을 잠재웠으며, 감정가액의 평가기준일을 납세자의 평가기준일과 일치시켜 과세하는 등 법원에서의 패소 원인을 치료하며 감정평가사업을 계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앞으로 국세청의 감정평가사업으로 인한 과세는 더욱 치밀해질 것으로 보이는 바, 앞으로의 법원의 판단에 대하여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납세자는 과세관청의 감정평가사업으로 인하여 과세가 이루어지는 경우 관련 가산세(신고불성실 및 납부지연)는 부과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위안을 찾을 수 있을 뿐이다. [서울고등법원 2023누35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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