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규판례

제목 법인이 인건비를 개발비로 계상하지 않은 경우 "감가상각자산 해당하지 않아"
등록일 2023-02-17
법인이 인건비를 개발비로 계상하지 않은 경우에는 감가상각자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즉시상각의제 규정을 적용하여 감가상각 한도초과액을 손금불산입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대법원 2022. 7. 28. 선고 2019두58346 판결, 이하 '대상판결').

대상판결과 관련한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원고는 농업협동조합법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법인으로 회원에 대한 교육·지원 사업, 농업경제사업, 축산경제사업, 상호금융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원고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도입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개발팀을 조직하였는데, 개발팀 소속 근로자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하고 이를 손금에 산입하였다.

그러나 과세관청은 이 사건 인건비는 감가상각자산인 개발비에 해당하므로 개발비를 즉시 상각한 것으로 보아 각 사업연도별 한도초과액을 손금불산입하여 법인세를 경정·고지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24조 제1항 제2호 (바)목에서 정한 비용을 지출하였더라도 무형자산인 개발비로 계상하지 않은 경우, 위 규정에 따른 감가상각자산을 취득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및 이에 대하여 즉시상각의제 규정을 적용하여 감가상각 한도초과액을 손금에 산입하지 않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이다.

우선 관련 규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구 법인세법(2018. 12. 24. 법률 제16008호로 개정되기 전, 개정 후 용어가 수정되었으나 그 취지는 전과 동일하다) 제23조는 제1항 본문에서 "고정자산에 대한 감가상각비는 내국법인이 각 사업연도에 손금으로 계상한 경우에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계산한 금액(이하 '상각범위액'이라 한다)의 범위에서 해당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을 계산할 때 이를 손금에 산입하고, 그 계상한 금액 중 상각범위액을 초과하는 부분의 금액은 손금에 산입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제3항에서 "제1항에 따른 고정자산은 토지를 제외한 건물, 기계 및 장치, 특허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산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위임을 받은 구 법인세법 시행령(2021. 2. 17. 대통령령 제3144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4조 제1항은 "법 제23조 제3항에서 '건물, 기계 및 장치, 특허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산'이란 다음 각호의 고정자산(이하 '감가상각자산'이라 한다)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그 제2호 (바)목(이하 '개발비 규정')에서 개발비를 감가상각자산의 하나로 정하면서 '상업적인 생산 또는 사용 전에 재료·장치·제품·공정·시스템 또는 용역을 창출하거나 현저히 개선하기 위한 계획 또는 설계를 위하여 연구결과 또는 관련지식을 적용하는 데 발생하는 비용으로서 당해 법인이 개발비로 계상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구 법인세법 시행령(2019. 02. 12. 대통령령 제2952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 제1항(이하 '즉시상각의제 규정')은 "법인이 감가상각자산을 취득하기 위하여 지출한 금액과 감가상각자산에 대한 자본적 지출에 해당하는 금액을 손금으로 계상한 경우에는 이를 감가상각한 것으로 보아 상각범위액을 계산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기존 유사한 사례에 대한 고등법원 판례는 법인이 기업회계기준상 개발비의 요건을 갖추었음이 분명한데도 이를 개발비로 계상하지 아니하고 비용처리 한 경우, 이는 감가상각자산을 취득하기 위하여 지출한 금액을 손금으로 계상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즉시상각의제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서울고등법원 2017.5.31. 선고 2016누39766 판결,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으로 확정).

그러나 이러한 판결은 조세법률주의(엄격해석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비판이 존재해 왔다. 문언상 개발비는 ‘당해 법인이 개발비로 계상한 것’으로 명백하게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24조 제1항 제2호 (바)목의 개발비 규정에 의하면 이 규정에서 정한 비용을 법인이 개발비로 계상한 경우에만 감가상각자산인 개발비가 될 수 있으므로 법인이 개발비 규정에서 정한 비용을 지출하였더라도 개발비로 계상하지 않은 경우에는 위 규정에 따른 감가상각자산을 취득하였다고 볼 수 없고, 이에 대하여 즉시상각의제 규정을 적용하여 감가상각 한도초과액을 손금에 산입하지 않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규정과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유 설시에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법인세 부과처분 사유가 위법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였다.

대상판결은 세법의 규정을 우선 적용하고 세법에서 정하여지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만 기업회계기준 및 관행을 적용한다는 법인세법 제43조 규정과 조세법률주의를 종합하여 보았을 때 타당한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대상판결이 비록 시행령 개정 전 사건에 대한 판결이지만 납세자 입장에서는 법인세법상 개발비 규정과 기업회계기준과의 관계에 대한 그동안의 혼란을 명확히 해결해 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한편, 2021년 2월 17일 법인세법 시행령은 법인의 개발비 계상여부와 상관없이 ‘기업회계기준에 따른 개발비 요건’만 충족하면 감가상각자산으로 보도록 개정되었다. 이러한 법인세법 시행령 개정은 기존 고등법원 판결(서울고등법원 2017.5.31. 선고 2016누39766판결)에 영향을 받아 감가상각대상 개발비 요건을 보완하기 위한 취지이다.

하지만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상 내부적으로 창출한 무형자산이 인식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것은 실무상 결코 용이하지 않다. 내부적으로 창출한 무형자산에 대해 자본화를 개시하는 시점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경영진은 각각의 프로젝트별로 관련 사실관계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회계감리에 대한 우려로 개발비를 오히려 보수적으로 과소계상하는 경향도 있다.

법인이 회계감리를 피하기 위하여 명확한 기준 없이 보수적으로만 개발비를 과소계상할 경우 오히려 법인세 추징의 위험이 발생할 수도 있다. '기업회계기준에 따른 개발비 요건을 갖춘 것'이라는 규정만으로는 불명확한 점이 너무나 많다.

입증책임이 과세관청에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과세관청과 납세자간 불필요한 분쟁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개정된 법인세법 시행령에 따른 실무적인 판단은 과거보다 더욱 까다로워질 것으로 판단되며, 납세자가 개발비를 인식할 때는 회계감리의 위험뿐만 아니라 과세관청과의 분쟁 위험까지 사전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19두5834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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