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규판례

제목 조세회피 목적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허위 세금계산서로 처벌 어려워
등록일 2023-06-26
조세일보
◆…법무법인 율촌 이정주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율촌 제공]
납세자가 선택한 법적 형식에 따른 법률관계는 존중되어야 하므로, 회사의 실체나 거래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여 거래에서 발급된 세금계산서가 허위의 세금계산서라고 보려면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기업 대표인 납세자가 새로운 회사를 형식적으로 설립하여 실제로는 그 회사가 아무런 거래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거래가 존재하는 것처럼 가장하여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된 사안에서, 서울고등법원은 "과세관청은 납세자가 선택한 법적 형식이 가장행위라거나 조세회피 목적이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세자가 선택한 법적 형식에 따는 법률관계를 존중해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하였고, 대법원은 최근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무죄 판결을 확정하였다.

세금계산서란 사업자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면서 상대방에게 해당 공급사실을 확인하여 주는 증빙서류를 말한다. 나라에서 세금계산서를 관리하는 이유는, 공급자와 그 상대방이 같은 거래에 대하여 세금계산서를 각 제출하도록 하여, 부가가치세 등 조세포탈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형법에서는, 조세포탈 목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실물거래가 없는 세금계산서의 발급 및 수취' 그 자체를 범죄로 규정하여 최대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처벌 규정을 둔 이유에 대하여 실무에서는 '실물거래 없는 세금계산서의 발급과 수취가 그 자체로 세금계산서 거래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세금계산서의 증빙서류로서의 기능을 해하므로 (조세포탈범이 아니더라도) 처벌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세금계산서를 잘못 발행하는 경우, 조세포탈 목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당해 판결에서 문제가 된 사안에서도 조세포탈여부는 별도로 문제되지 않았고, 단지 '실물거래가 없는 세금계산서의 발급 및 수취' 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된 사안이었다.

기업 대표인 납세자가 새로운 회사를 형식적으로 설립하여 실제로는 그 회사가 아무런 거래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거래가 존재하는 것처럼 가장하여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검사는 납세자가 새로 설립한 A회사가 아무런 역할 없이 유통마진만을 취하기 위하여 설립되었고, 실질적인 거래를 수행할만한 인력과 사무실이 없었으며, 실제로 어떠한 거래도 하지 않았으므로, A회사의 실체는 부정되어야 하고 당해 회사가 다른 회사와 거래를 하였다는 이유로 발급된 세금계산서는 모두 거짓 세금계산서라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서울고등법원은 A회사가 자기 명의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자기 명의로 발주서, 물품인수증 등을 수수했으며, 자기 명의 계좌를 이용하여 대금을 수수하고, 지기 비용으로 각종 공과금/세금을 납부하였는바, 거래당사자들이 A회사를 자신의 거래상대방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 등을 들어 A회사의 실체를 긍정하였다. 또한 A회사의 물적/인적 설비가 부실하고, 관계회사에서 그 업무를 도와준 사정이 있더라도 A회사가 독립된 경제주체로서 실재하면서 실제로 자신의 명의와 계산으로 사업을 수행한 이상, 이러한 사정을 들어 A회사 명의의 거래를 단순히 명목에 불과한 가공거래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당사자 간 계약을 체결하여 거래를 하였음에도, 거래의 실질을 부정하여 당해 거래와 관련하여 발급·수취한 세금계산서를 '실물거래가 없는 세금계산서'로 볼 수 있을지 여부가 실무에서 자주 문제되어 왔다.

과세당국은 거래관계에 특수관계자가 들어와 있으면 그 특수관계자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보아, 실물거래가 없는 세금계산서로 자주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이 판결은 납세자가 선택한 법적 형식에 따는 법률관계는 되도록 존중되어야 하고 이를 부정하려면 조세회피 목적 기타 특별한 사정이 필요하다는 일응의 기준을 정립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대법원 2023. 5. 18. 선고 2023도1369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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